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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uleel 2024. 11. 10. 23:17

11월도 어느덧 중순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친구들의 '두근두근 전국 페스티벌♡ ~대학을 향한 마음을 그려나가자!~' 행사가 시작되네요. 그 앞에는 글로벌시대 21세기에 발맞춰  한국 법인인지 일본 법인인지 국적 논란이 들끓는 기업의 과자 상술 기념일이 있고요.  별 말 아닌 것 늘려 쓰겠다고 발버둥 치니 '두근두근 전국 페스티벌♡ ~대학을 향한 마음을 그려나가자!~'(이하 '두근페스♡')의 영어 과목 지문이 연상되는 해괴망측한 문장이 탄생했습니다...


'두근페스♡'가 다가왔다는건 날도 곧 북부지방 못지 않게 추워진다는 뜻이죠. 시베리아 기단이 한반도에 어퍼컷을 때리는 것을 태백산맥이 애써 막아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추위를 맞아야합니다... 더군다나 바닷가에 사는 저는 매번 절정에 달하는(겨울 온도는 내려가니까 절정이라는 단어 사용은 좀 문제가 있을까요?) 추위에 속수무책으로 K.O. 당합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싶으냐면, 매 끼니 따끈한 국물이 없으면 속이 허해져요... 작년 '두근페스♡' 전날에는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라멘을 먹었는데요, 친구들과 앉은 대형이 마치 예수와 12제자를 연상케 해서 최후의 만찬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그럴 일 없겠네요. '두근페스♡' 전날에는 과제를 할 테고, 당일에는 8시에 느적느적 일어나 등교를 하겠죠. '두근페스♡'를 거하게 망친 결과물에게 제 발로 걸어 들어갑니다. 돈을 내고... 시간도 쓰고...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성공적으로 페스티벌 마쳤으면 좋겠네요. 저는 '두근페스♡' 재참가 대신 '~반란~ 최후의 전심전력을 다한 리벤지 스테이지!'(이하 '반란스테')에 접수하려 합니다. '반란스테' 관련해서 상담도 받아봤는데 교수님이 제 성격이 연구자 성격이라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며 다른 루트도 추천해주셨어요. 칭찬 받은 기분이라 좋았던..ㅎㅎ




아 자꾸 사족이 길어져요... 사실 오늘 글 쓸 주제가 없어서 추천을 부탁했더니 '우동 먹고 싶다'를 말하더라고요. 저는 딱히 지금 우동을 먹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두근페스♡' 이전에 있는 전국적인 또 다른 행사, '장원급제를 향한 도전! ~교수에게 향하는 진심어린 편지~'(이하 교수편지) 쓰는 마음으로 임해보자! 싶었는데 이거 그냥 뻘소리만 늘어놓고... 제 인터넷 친구 중에 문창과 '교수편지' 입시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데, 습작을 쓴다며 엄청 고생이었거든요. 지금 그 마음을 절절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 이 글을 쓰고 서버에 저장하느라 소비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아깝다 정말...






아무렴 우동이라 하면 본고장의 맛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간장과 가쓰오부시를 넣고 끓인 짭조름한 국물에 적당히 탱글한 면발, 곁들이로 올린 어묵과 튀김. 진짜 맛있겠다... 이 글 쓰니까 먹고 싶어졌어요.


근데 누누하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가난한 대학생이자 여행 가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본고장의 맛을 모릅니다. 제가 아는 우동 맛은 한국인의 입맛에 로컬라이징 된 인스턴트 우동... 아니면 분식집에서 대충 우동면 삶아서 주는 레플리카 우동... 일식집에서 파는 우동도 몇 번 먹어봤으나, 저는 맛없음의 척도가 무척 낮고, 입맛도 예민하지 않아서 그런지 차이를 잘 못느끼겠더라고요.


그래도 우동의 감초, 별미, 화룡점정은 새우튀김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거운 물에 대충 쯔유 몇 컵 푼 국물이라도 따끈하고 바삭한 새우튀김만 있으면 그 우동이 제 미슐랭 쓰리스타죠. 튀김 올렸는데도 만 원 언저리 하는 대천사미카엘 가격이면 진짜 더할 나위 없는 맛집. 의와 협을 아는 사장님. 만수무강 백년해로 무병장수 하셔야 할 이 시대의 위인. 그렇지만 저는 본 적이 없네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퓨젼한 김치우동도 정말 너무 좋아합니다. 김치 특유의 적당한 산미와 칼칼함. 튀김처럼 우동 국물 자체를 무겁게 하는게 아닌, 정말 적절한 맛과 향만 입혀서 코와 입을 자극하는... 음식에 김치 넣어서 실패한 경우, 저는 초콜릿 말곤 본 적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잔치국수, 부대찌개, 청국장에도 김치 없으면 못먹는 김친자라서 김치우동 또한 무척 좋아합니다. 아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마라탕에 김치 넣으면 이상하려나... 김치우동에는 쑥갓, 버섯이 들어가면 너무 맛있더라고요. 진짜 우동 먹고 싶어졌다 어떡하지... 너무 배고파져서 월요일 학식 뭐지 하고 봤는데 김치볶음밥이 있네요. 수요일에는... 육비?!?!?! 와 학교 무조건 가야해 어쩜좋아... 저희 학교가 좁고 낡았고 학생들도 참... 그렇지만 밥은 정말 맛있게 나와요. 항상 수고해주시는 조리사분들께 감사인사를...


각설하고 다시 우동으로 돌아오자면, 인스턴트 식품 얘기를 해볼까요. 시중에 정말 많은 우동 라면이 있지만 그 중 최고봉은 생생우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간장소스, 면, 건더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간장이 정말 으뜸입니다. 면도 면이지만 국물을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들었어요. 또 한국인 입맛에 맞춘건지 살짝 매콤해서 쉽게 물리지도 않고요. 아쉬운건 양이 모자라다는 점. 하나 먹어도 배부르지가 않아요... 농 두 글자는 좀 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항상 글을 용두사미로 끝내요. 갑자기 무슨 소리냐 하시면,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 지 모르겠다는 의미입니다... 주장하는 글은 반복-강조를 통한 효과적인 주제전달로 마무리하면 되지만 이런 일기는... 가벼운 에세이... 정말 어려워요. 애초에 별로 읽지로 않는 장르라서요.


이런 장르의 글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귀로 마무리 하는 일이 잦죠. 이를테면 '추운 겨울철 마음만은 따스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동 한 그릇 어떠세요?' 같은 것 말이에요. 근데 저는 그런걸 쓸 위인은 아니라 곤란하네요. 예를 들면 '지금 나보고 우동만 먹고 만족하란 말이냐, 아앙??'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혹은 '하... 우리 00이는 우동 한 그릇으론 간에 기별도 안갈텐데...' 라던가, '00이는 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가 그걸 모르는것도 아니고, 이거 뭐 기분나쁘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거 아냐!??!' 라던가...


하 그니까 마무리하겠다고 뭔가를 쓰면 그걸 마무리 짓기 위해 뭔가를 쓰고 또 쓰고 쓰고 쓰고 쓰고... 힘드네요. 이렇게 또 어영부영 다 쓰고 튜브에 조금 남은 치약같은 찝찝한 마무리...




내일은 좀 더 영양가 있는 글(진짜로)로 돌아오겠습니다...